컴퓨터 잘해요?

2004/02/21 14:13
컴퓨터 잘해요? 에게 이 질문은 정말 부담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약간, 아니 정말로 부담되는 질문이다. 그냥 말을 얼버무리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주위에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게임은 끝난다. 시키지 않았어도...뭐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마치 내 대변인처럼 쭈욱~~ 나의 프로필처럼 말해준다.

컴퓨터 잘해요? 가 나에게 부담스러운 질문이 되기까지

글쎄,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컴퓨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컴퓨터를 접해본것은 초등학교때 친구네 집에서 TV 를 모니터로 대체한 컴퓨터와 친한 친구가 산 흑백 모니터 컴퓨터가 전부다. 내가 학교다닐때만 해도 컴퓨터는 그렇게 중요한 기계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내가 대학교에 입학할때쯤,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 컴퓨터를 잘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말들이 많았지만, 나의 생각은 그냥 레포트 쓸 정도만 익히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컴퓨터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학생활을 하면서 컴퓨터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알았고, 모든 일은 컴퓨터가 없으면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97년 2학기, 과도서실에서 처음 접한 인터넷이었다. 그전에 어떻게 해서 PC통신은 접했었지만, 인터넷은 지금까지 몰랐던 무인도를 찾은것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감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든 생각은 "컴퓨터는 여전히 어렵다" 는 생각이었다. 역사학과임에도 컴퓨터 공부를 장려하고, 중요성을 설파하는 교수님들과 선배들 덕분에 그나마 학업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몇가지 기능은 익혔고, 독수리 타법이 놀림감이어서 타자치는 것도 어떻게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컴퓨터에 빠지게 된 것은 그때 당시 만원에 출간된 길벗의 "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초는 알아놔야 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사든 책 덕분에 그나마 윈도우나, 엑셀등 학업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기초적인 컴퓨터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컴퓨터에 대한 공포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컴퓨터 공포를 없애고, 컴퓨터에 빠져들게 만든 책은 길벗의 홈페이지 무작정 따라하기였다. 그때 당시 우리 과 교수님께서 인터넷에 관련된 컴퓨터 강좌를 하신다고 해서, 선배들과 같이 들으러간 기억이 난다. 홈페이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시겠다며, 칠판에 한가득 html 태그를 쓰셨고, 그때까지만 해도 영타를 못치던 나는 열심히 독수리타법으로 html 태그를 다 베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강의를 끝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컴퓨터는 어렵구나, 내가 도전할 곳이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차에, 우연히 서점에 들르게 되었고, 그곳에서 홈페이지 무작정 따라하기 책을 봤다. 만원짜리 책을 들고, "이 책을 내가 끝까지 볼 수 있을까?", "괜히 돈낭비하는 것 아니야?", "컴퓨터 어려운데" 하며 갈팡질팡하기를 몇 분여.... 눈 딱감고 책을 사가지고 나왔다. 그때 심정은 "에이, 못 보면 어쩔 수 없지" 하며 사가지고 나온것 같다. 하여튼 덕분에 넷스케이프에 패키지로 들어와있던 Netscape Composer를 이용해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그때 html을 정확하게 접할 수 있었다.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몇몇 선배들이나 교수님께 물어, 배웠고...매일 과 도서실에 앉아서 인터넷에 빠져 지냈다. 결국 조금씩 소문이 났고, 과내에서 컴퓨터 관련된 일은 모두 내가 맡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컴퓨터를 공부해가면서,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고, 여러가지 기술들을 공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 힘으로 동아리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다른 동아리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기도 했다. 컴퓨터가 필요한 일에는 항상 내가 끼어있었고, 나는 그것이 나름의 즐거움이었다.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얼마나 능동적인가?

컴퓨터를 좀 할 줄 안다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한것은....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무조건 나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면서 부터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이런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을 하려고 할때,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면 인맥을 통해 전문가를 찾게 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된다. 물론 전문가는 십중팔구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이다. 덕분에 컴퓨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내 활동의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컴퓨터를 안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되면서, 사람들이 문제만 발생하면 즉각 나를 부른다는 사실이 너무나 짜증이 났다. 그들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은 필요 없었다. 그때 그때 물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나를 부르면 그만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컴퓨터는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다.",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공포감을 없애는 것이다.", "1차적으로 관심이 중요하다" 모두가 컴퓨터가 중요하고 필요한 사실을 알지만, 관심을 가지기는 힘든가보다. 컴퓨터를 많이 알면 좋지만, 많이 알지 않더라도 그리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쩔때는 컴퓨터 때문에, 나를 부르면 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가서 도와준다. 내가 컴퓨터를 배우기까지 책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도움을 줌으로써, 그 사람도 조금이라도 컴퓨터와 친해지고 관심을 가질까 해서 심술이 나지만 가서 도와주는 것이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가?, 얼마나 능동적인가에 따라 컴퓨터는 금방 자신과 친해질 수 있다. 갈수록 컴퓨터는 쉬워지고 쉬워지지만, 기본도 갖추지 않는다면 컴퓨터는 그냥 컴퓨터일 뿐이다. 컴퓨터가 나에게 의미가 되고 힘이 되기 위해서는 관심과 능동적인 행동이 절실할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컴퓨터 잘해요?" 라고 물으면, 다시 얼버무릴 것 같다. 내가 컴퓨터를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웠듯이, 그들에게 다시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들은 물고기만 잡으면 모든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5feel.pe.kr/trackback/104

오늘 모니터를 주웠다. 말 그대로 주운거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구식모니터 12인치짜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모니터는 지난 2001년 컴퓨터를 바꿀때도 를 철거머리처럼 따라왔다. 그때는 도저히 모니터를 살 수 없었다. 돈이 없었기에...그래서 본체만 바꿨다. 고로 1024*768까지 밖에 지원을 안했다. 근데 오늘 드뎌~~

우리 어머니께서 시장가시다가 경비실 앞에서, 버릴려고 내놓은 모니터를 보고만것이었다. 바로 접수!!

일단 크니까 좋다~~!! 1024*768보다 더 높은 해상도도 지원한다. 게다가 깔끔하기까지!! 거기다가 가장 좋은 것은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거다!! 내가 썼던 모니터는 무지 흔들렸다. 어쩔때는 미친듯이 흔들려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안 흔들린다. 돈 모아서 LCD모니터로 바꿀려고 했는데..그 계획 취소다. 커도 CRT 모니터 써야겠다. 근데 보안경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뿌연것 같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그래도 꿋꿋이 쓸 것이다. 외관도 무지 깨끗하다. 뒷면에 보니까 99년도에 만든건데..흠...뭐 상관없다. 어찌됐든 내꺼보다 좋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5feel.pe.kr/trackback/71

이미지 사회

2003/11/24 10:33
우리는 이미지(image) 사회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이미지로 결정되는 사회. 이미지가 움직이는 사회.

이미지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탤런트나 영화배우들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자제해야 했다. 상품이나 메이커(maker)들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개인의 생활에도 이미지가 깊숙하게 들어왔다. 책 한권을 사더라도 는 내가 직접 은행을 찾아가 돈을 내거나 서점을 찾아가 책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 접속해 책에 대한 소개와 이미지를 보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책값을 이체하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은 언뜻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미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코 손에 잡히지 않지만 책에 대한 소개와 독자 및 매스컴의 리뷰를 통해 책의 이미지가 정해지고, 책의 이미지가 마음에 맞은 독자는 그 책을 구매하게 된다. 구매의 과정중 책값을 이체하는 과정 또한 이미지가 중요한 역활을 한다.

결코 우리의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지만, 인터넷 뱅킹을 통해 책값을 인터넷 서점의 계좌에 이체하게 되고, 인터넷 서점 발송관리자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이체한 책값을 확인하고 책을 발송하게 된다.

이 과정은 모두 실물이 움직이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컴퓨터 또한 이미지의 덩어리들이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컴퓨터 화면속에 보이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는 컴퓨터를 사용한다. 컴퓨터 화면안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무수한 이미지들이 움직이고 있다. 컴퓨터 안에 이미지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컴퓨터 안에만 존재했다. 하지만 네트웍이 발달하면서 컴퓨터 안에 있던 이미지들의 전달이 가능해졌고, 이것은 인터넷의 성장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이제 이미지는 경제가 되었고, 문화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지속에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사회에는 큰 혼란이 생기게 될 것이고, 인간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5feel.pe.kr/trackback/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