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보관과 관리 기능이 없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인터넷은 문명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 못 된다는 것이다.

원저 김상현, 인터넷의 거품을 걷어라:인터넷 사이버세상에서 살아남기
재인용 강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 2권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서버때문에 몇 달간 블로깅을 못했던 기억이 났다. 어렵게 구축한 블로그인데 이렇게 해서 내가 그 동안 써놓은 글까지 모두 잃어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마치 내 몸의 일부분을 잃어버린것처럼 참담했다.

어렵게 서버를 복구하여 DB파일을 받았을때는 얼마나 기쁘던지...
덕분에 내 블로그는 예전에 글과 함께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의 성격인지, 내가 공부하고 있는 학문의 특성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기록을 중요시한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접했을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아카이브 기능이었다. 자신이 쓴 글을 월별로 볼 수 있고, 달력으로도 볼 수 있는 기능이 마치 기록관리학이라는 강의를 들었을때처럼 친근했다.

학부 재학시절 '기록관리학 입문' 이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이전 정권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보다 조선시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훨씬 쉽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록관리체계는 허술하다는 지적일 것이다. 김영삼정부시절 외환위기로 초래된 IMF에 관련된 자료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만약 다시 이런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과거를 보고 배워야 할까?

우리 선조들이 꾸준히 지켜왔던 기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우리 시절에 와서 이미 많이 퇴색해버렸다.

다행히 기록물에 관련된 법이 만들어져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그에 비해서 달별, 월별 아카이브를 갖추고, 검색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들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블로그는 얼마나 좋은 도구인가?

문서에 대한 보관과 관리 기능이 없는 인터넷에서 블로그는 최초로 보관과 관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툴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소중히 여긴다.


가끔 블로그를 새로 연 사람들의 블로그에 가보면, 다른 곳에서 블로깅을 하다가 새로 옮겼다고 하는데, 이전에 쓴 글은 어디에도 없는것을 본다.

자신이 쓴 글들은 다 어떻게 했을까?
버려두고 온 글에는 자신이 써놨던 넋두리며, 즐거웠던 일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텐데....

이사짐처럼 블로그를 옮길때마다 이전에 쓴 글을 모조리 옮기고 있는 내가 어리석은 것일까?

보관과 관리기능이 없는 인터넷과 블로그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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