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TV를 켰다가 장이모 감독의 '책상서랍속의 동화' 를 시청하게 되었다. 장이모 감독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많이 듣고 있었지만,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것도 강의시간에 장이모 감독의 '인생'을 시청하면서이다.

마치 지켜보는 듯이 천천히 조용히 움직이는 카메라는 자칫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관객이 그 지루함을 깨달을 때 쯤 조용한 웃음으로 지루함을 떨쳐버린다. 그 웃음속에는 예리한 풍자의 칼이 숨어있다. 내가 장이모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시청한 '책상서랍속의 동화' 에서도 지루함 속의 웃음,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칼은 여전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보았던 폐부를 찌르는 조롱섞인 풍자는 약간이나마 줄어든 듯 했다.

'한 사람도 없어져서는 안 된다' 는 돈을 더 받기 위한 조건 하나가 중국의 어려운 교육현실과 시골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사건진행 매개체는 장휘거다. 도시로 떠난 장휘거 때문에 웨이 또한 장휘거를 찾으러 도시로 가는 것이다. 영화의 사건진행 매개체인 장휘거는 영화 속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장본인이다. 결국 모든 사건은 장휘거 때문에 일어나지만, 그 이면에는 '돈'이 도사리고 있다. '돈' 은 이 영화에서 가난한 중국 농촌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장이모 감독은 '인생'에서 중국의 정치를 풍자했다면 '책상서랍속의 동화' 에서는 중국 농촌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홍등' 이나 '붉은 수수밭'에서 보였던 빨간색은 없지만 조용히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중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잡아내고 조용히 풍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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